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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책방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

by 디자이너 jay 2017. 6. 25.

산에서, 여행하시면서 아무 욕심 없이 시를 쓰시는 류시화 선생님

류시화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 가슴에서 뭔가 피어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을,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똑같은 글자인데 왜일까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감옥에서 쓴 시
 
 

인생 거울
 
세상에는 변치 않는 마음과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다.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들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라.
최상의 것이 너에게 돌아오리라.
사랑을 주면 너의 삶으로 사랑이 모이고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될 것이다.
삶을 신뢰하라, 그러면 많은 이들이
너의 말과 행동을 신뢰할 것이다.
마음의 씨앗들을 세상에 뿌리는 일이
지금은 헛되이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열매를 거두게 되리라.
왕이든 걸인이든 삶은 다만 하나의 거울
우리의 존재와 행동을 비춰 줄 뿐.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라.
최상의 것이 너에게 돌아오리라.
 
매들린 브리지스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샤를르 드 푸코
 
 
 
사람과의 거리
 
나무 한 그루의 가려진 부피와 드러난 부분이
서로 다를 듯 맞먹을 적에
내가 네게로 갔다 오는 거리와
네가 내게로 왔다 가는 거리는
같을 듯 같지 않다.
 
하늘만한 바다 넓이와 바다만큼 깊은 하늘빛이
나란히 문 안에 들어서면
서로의 바람은 곧잘 눈이 맞는다.
그러나, 흔히는 내가 너를 향했다가 돌아오는 시간과
네가 내게 머물렀다 떠나가는 시간이
조금식 비껴가는 탓으로
우리는 때 없이 송두리째 흔들리곤 한다.
 
꽃을 짓이기며 얻은 진한 진액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찾아보지 못하듯
좋아하는 사람 곁에 혹처럼 들러붙어 있어도
그 사람과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눈앞에 있을 때 굳이 멀리 두고 보듯 보아야 하고
멀리 있을 때 애써 눈앞에 두고 보듯 보아야 한다.
 
누구나 날 때와 죽을 때를 달리하는 까닭에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이에게 가는 길은
참으로 이 길밖에 딴 길이 없다 한다.
 
작자 미상. 암브로시아 제공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파리 지하철 공사에게 공모한 시 콩쿠르에서 8천 편의 응모작 중 1등 당선된 시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그 놀이의 규칙이다.
당신에게는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
좋든 싫든 당신은 그 육체를
이번 생 동안 갖고 다닐 것이다.
 
당신은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할 것이다.
수업 시간이 하루 스물네 시간인 학교에.
당신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후에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신이 살아 있는 한 수업은 계속되리라.
 
당신은 경험을 통해 배우리라.
실패는 없다.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
실패한 경험은 성공한 경험만큼
똑같이 중요한 과정이므로.
 
'이곳'보다 더 나은 '그곳'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필요한 해다은 모두 자신 안에 있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 모든 규칙을 잊을 것이다.
 
체리 카터 스코트
 
 
 
단 하나의 삶
 
어느날 당신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을 시작했다.
주위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충고를 외쳐댔지만
집 식구들은 불안해 하고
과거의 손길이 발목을 붙잡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결심을 흔들고
마음은 한없이 외로웠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늦고
황량한 밤, 길 위에는
쓰러진 나뭇가지와 돌들로 가득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어둔 구름들 사이로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언제나 당신을 일깨워 준 목소리.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삶이 무엇인지를.
 
메리 올리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 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가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 팔에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작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