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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책방

이야기의 힘 /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 헐리우드 시나리오작가

by 디자이너 jay 2017. 6. 18.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시나리오 닥터 '로버트 맥기'가 말하는 스토리텔링 공식

 

한마디로 '균형을 찾기 위한 인간의 행위'라고 하면 맞을까요?

즉 인간은 대부분 약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죠.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고. 그때 사건이 하나 발생합니다. 우린 그걸 '우연한 사건'이라 부르죠. 그 사건은 갑자기 나타나 인생을 마구 뒤집어놓아요. 인간의 내면에서는 다시 균형을 찾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납니다.

 

 그때 사람들은 균형을 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되요. 물론 균형을 얻을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어요. '욕망의 대상'을 얻을 수도 있고, 못 얻을 수도 있죠. 여기서 욕망의 대상이란 인간이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필요로 하는 '그 무엇' 입니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삶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인생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고, 헛갈립니다.

 

그래서 스토리텔러들은 이야기를 발명했어요. 이야기는 살아가기 위한 '장비'와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장치이며, 그것은 우리가 좀 더 잘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죠.

 

어떻게 하면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한 인물에 대해서 상상해보세요. 그 사람이 한 인간으로서 부족한 점이 뭐죠? 사랑을 못하나? 성숙하지 못한가?

인생에 대해 너무 부적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지나치게 긍정적이어서 뒤통수를 한번 맞을 필요가 있나? 이 사람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인물이 인간성을 온전히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그것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겁니다. 그 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게끔 움직이는 거죠. 사랑을 못하면 할 수 있도록, 미성숙하다면 성숙하게, 너무 부정적이라면 긍정적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관객이 자신과 그 인물이 동일한 인간인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거에요. "저 인간도 나와 같은 인간이구나." 하고 말이죠. 그의 인간성 어딘가에서 내 인간성을 떠올리며 '내가 만약 저 인물이라면, 저 상황이라면 나도 똑같이 할 것 같아.'하고 생각하게 하라는 거죠. 왜냐하면, 캐릭터가 원하는 것, 즉 깨어진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원하게 된 '욕망의 대상'은 관객들 각자가 자기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원하는 바로 그것의 은유(메타포)이기도 해요. 그래서 관객이 '저 인물이 나와 같구나.'라고 인식하고 나면 그들은 캐릭터가 무엇을 원하든 그것을 획득하기를 바라게 되죠. 나 또한 그러니까.

 

그럼 인기있는 캐릭터들의 특징적인 인격이란 게 있나요? 공통적인?

 

특이한 것은 관객들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끔찍한 인물'들에게 공감한다는 겁니다. 끔찍하고, 비열하고, 짜증나는 사람들에게서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실제로 만나면 좋아하지 않았을 인물들을 캐릭터화하고 인격을 창조할 수 있는 축복을 부여받았어요. 그 인물의 깊은 내면에 숨겨진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 나쁜 성격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거예요. 천재성이 필요한 일이죠. 언제나 모든 좋은 요소들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내긴 쉽지만 그것이 반드시 관객의 공감을 산다고 할 수 는 없어요. 속만 비고 겉만 빝나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좋은 글쓰기에서 멋진 도전이란 매력이 없을 것 같은 인물에 깊은 인간성을 담아 매력있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적대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인생과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인생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해요. 이야기의 원동력은 바로 이 '부정적인 부분'이니까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아마 숲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보다도 재미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쉽게 내어주지 않는 것들을 가지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면'을 보라는 거에요. 세상이 그 사람에게 주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나? 왜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하는가?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나 불필요한 힘을 낭비하거나 위험을 무릎쓰지 않을 거에요. 우리가 그런 부정적인 힘에 초점을 맞출 때, 그것의 반작용으로 인해 인물이 살아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요구하는 것이고, 그러고 나서 반대편에서 그 요구를 반대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 힘이 강할수록 주인공은 그 상황에 맞서기 위해 자신이 가진 인간성을 지금까지 써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활용하게 되죠. 그래서 이야기의 원동력은 '부정적인 요소'에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적대자 즉 '괴물'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때때로 인간은 자기 자신이 최악의 적대자이기도 하니까요. 반대 세력이 바로 자기 본성 안에 있는 겁니다. 욕심, 어리석음, 감정조절의 결여, 스스로를 속이는 것... 또 사회나 대자연, 질병 등이 될 수도 있죠. 복합적인 것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개인, 사회, 환경 등 모든 요소에서 삶의 복잡성을 드러냅니다.

 


이야기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갈등 구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극장이든 책이든 이야기 작업의 규모와 크기에 따른 필수적인 반전의 개수에는 모종의 관계가 있다."

여기서 반전의 개수 = 인물의 삶에서 주요 전환점이 일어나는 횟수 입니다.

즉 관객을 지루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난 세월동안을 종합해보면 이야기의 1번 법칙은 바로 이것입니다.

극장이나 공연, TV, 영화에서 2시간 정도 분량이면 최소 3회의 역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막(ACT)이라고 부르죠.

이는 인물의 인생에서 중차대한 변화를 말하는데 최소 3회, 많게는 4회, 그 이상일 수도 있어요.

 한국 영화 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라는 아주 훌륭한 작품은 5막 구조인데,

괜찮은 작가들이라면 이 규칙을 다 지켜요.

셰익스피어는 5막, 입센은4막 구조로 말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이더스>는 7막으로 되어있죠.

 우리는 이렇게 반전되는 여러 번의 '막'을 통해 관객을 붙잡아두어야 합니다.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감정에 호소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에 대한 전망과 스토리텔러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이야기의 포화상태가 왔다는 것은 작가들이 이제 이전과는 다른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다른 방식으로 삶을 통찰해야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해야 하고, 이야기의 형태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서치 즉 조사와 연구를 쉬지 마세요. 진부함을 이기는 것은 '지식'입니다. 작가의 지식은 신의 지식과도 같아요. 주제와 관련된 역사, 세상, 관련된 인물 등에 대해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야기의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90퍼센트의 뻔한 것들은 버리고 10퍼센트의 독창적인 것만 취하세요. 당신이 10개를 가졌다면 1개를, 100개를 가졌다면 10개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요. 그래서 조사와 연구만이 진부함과 싸우는 끔찍한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야기 속에 스스로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무언가를 드러내야 한다. 그것은 반드시 스스로의 비밀에 관한 것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상처로부터 온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당신은 훌륭한 이야기를 가질 수 있다. 조지 루커스는 <스타워즈>를 개인적인 상처로부터 썼다. 그의 상처는 그가 농부가 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었다. 그는 농가에서 성장했고, 그 자신은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였다. 저 두 개의 태양을 바라보고,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루크. 그것이 그가 스타워즈를 쓴 이유였다. 그는 그의 상처로부터 글을 썼다. 위대한 이야기를 쓰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상처로부터 글을 쓴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그랬다. 그렇게 많은 스필버그의 작품 속 사람들이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T가 그렇고 A.I.가 그랬던 것처럼. 그곳에는 자신을 아웃사이더처럼,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그의 상처였다. 모든 영화감독은 상처가 있다. 그리고 그는 스크린을 통해 그것들을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인물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한 말에서 많은 팁을 얻을 수 있다.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하고, 나의 상처를 담아내라. 그것은 누구보다 진실된 것, 진심을 담은 것이니까. 당신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것, 이야기 속에 그것을 담아낼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진정한 이야기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