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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글쓰기

래퍼들이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 자기소개서 ( feat. hiphop )

by 디자이너 jay 2017. 6. 25.





자기소개서는 왜 쓸까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저는 힙합 음악을 자주 들어왔는데요, 어느 순간 자기소개서가 래퍼들의 작업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으로, 가사 한줄로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사람들. 이 시대에서 언어를 가장 감각적으로 다루는 사람들. 그들의 작업에서 배워봅니다.



1. 자기소개 한번 해주세요 - 이야기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언젠가 영상에서 힙합을 듣는 이유에 대해서 어떤 여자분이 한 말이 생각나는데,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왜 중요할까요?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의 저자인 리사 크론은 테드 강연에서 사람의 뇌는 이야기에 끌리도록 진화해왔다고 말합니다. 채집과 수렵활동 시절 정보는 생존에 있어 아주 중요한 사항이었습니다. 옆집 누가 어떤 열매를 먹었는데 죽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나의 목숨에 직결되니까요. 때문에 뇌는 이야기의 과정들을 중요하게 인식해왔다는 것입니다.

자기소개서에서 이야기는 어떻게 활용될까요?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 나의 행동 - 결과 혹은 교훈’ 의 플롯이 많이 쓰입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성과)를 불러왔다는 구성입니다. 여기서 앞으로의 직무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이다 까지 연결되면 베스트겠죠.

래퍼들의 가사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비행기는 어느새 도착을 해 인천공항에
태양은 제 갈 길을 가네 열 네 시간 만에
바퀴는 마찰해 주황색 빛이나
그빛을 따라가다보니 난 어느새 한강에
멋진 도시의 밤 난 꿈을 가져왔지
- 김태균( takeone) ‘입장'  중에서

자전적 앨범인 ‘녹색이념’ 의 타이틀곡인 ‘입장’ 에서 테이크원은 의사가 되기를 요구하는 부모님의 뜻에 맞서 꿈을 이루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항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꿈을 찾아 비행기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태양이 제 갈길은 간다는 부분은 시차를 얘기한 것일수도 있지만 자신의 인생이 대입된 부분이 아닐까요.

래퍼들은 이렇게 인생의 한 사건 중 하나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마치 정해져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의 주장(메세지)에대한 필연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 있죠. 우리도 우리 자신이 그 회사에, 그 직무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이유를 설명해야하지 않을까요? 한번 설명해주세요.




2.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시겠어요? - 디테일을 잡아라


아는 동생의 자기소개서를 봐준 적이 있습니다. 너무 평범하고 진부하게 이야기가 전개 되길래 컨텐츠(스토리)를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파워블로거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용실, 액자업체 등 종종 협찬이 들어오는 준 파워블로거(?) 였던겁니다. 여러가지 일상을 꼼꼼하게 올려왔는데요,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약간 적었는데, 어떤 나이가 좀 있는 블로그 이웃이 댓글을 달아줬습니다. 블로그를 자주 보는데 사진편집을 수평맞추기 등등 꼼꼼하게 하는게 보인다고. 이렇게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잘 될거라는 격려의 댓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댓글 에피소드를 자기소개 등에 넣고 꼼꼼함 세심함 등의 강점을 어필하라고 얘기해줬습니다. 제가 면접볼 떄도 그랬고 ‘나에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 를 얘기하는건 객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유용합니다. 저같은 경우도 이전회사에서 나의 평가에대해서 얘기할 때 면접관들의 눈이 반짝이던게 생각납니다. ( 저같은 경우는 쉽게 흥분하지 않고 침착한 성격을 이야기했는데, 이전 회사 대표님께서 조금 감정적인 성격이어서 저에게 가끔 상담도 부탁했다는 내용을 말했습니다.)

디테일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소설가 이외수씨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라는 책을 보면 단어를 '생어'와  '사어'로 나눌 수 있다고하는데요. 생어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을 자극하고 머릿속에 바로 그려지는 단어들을 말하고 사어는 희망 행복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단어들을 말합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도 추상적이고 희미한 묘사보다는 수치를 사용해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표현으로 확실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걸 원할 것 같습니다. 많은 자기소개서를 봐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uh yeah 태어났어 
집이 잘 못살았어
TV에 나와도
딱히 변한 건 없었어
눈을 뜨면 옆엔 벌레
식단은 두부 또 요플레
마찬가지였던 멤버 형이시킨
피자가 여자보다 설렜었던
(중략)
8마디 발라드 랩
MTV 첫 무대를 위해
꼈던 무릎 보호대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가늠이 돼

코드쿤스트 - StrOngerrr ( feat.로꼬, MINO ) 중에서,

디테일한 상황묘사로 그 상황에 들어가있는 듯한 상상을 하게 해주는 MINO 의 가사입니다.




3. 실패한 경험이 있나요? - 역경을 연료로 쓰다


자신의 아픈부분을 스스로 드러내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는 건 그것을 충분히 소화했고 극복해냈다는 뜻일겁니다. 그리고 힘들었던 과정들은 감동을 주는 하나의 드라마가 됩니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시나리오 닥터 ‘로버트 맥기'는 스토리의 3요소로 주인공, 그가 원하는것(지향점),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부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출 때, 그 반작용으로 인물이 살아난다고 말입니다.

쇼미더머니2에서 프로듀서인 타블로는 가사실수로 힘들어하는 BI에게 실패를 가지고 놀으라고 합니다. 비아이는 실제로 가사를 절었던(?) 내용을 다음 곡에 써서 좋은 반응을 얻습니다.

운발로 올라간 애
회사발로 살아난 애
저 새끼 가사 절더니
객기 부리고 발악하네

랩퍼들의 서바이벌에
왠 예쁘장한 아이돌
이젠 우습지도 않아
까일대로 까인 놈 That’s me
(중략)
떨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하는 폭포 That’s me

-비아이 BE I 중


ㅡ빚이란 단어를 뒤집어 집을 샀지
사이먼도미닉 돈은거짓말안해 중


빚쟁이 백수 공사판에선 늘 초짜
난 화가 난 채로 채근하듯이 꿈을 쫒았지
(중략)
경산 촌놈, 더 티 내. 안 감추네
빡빡이, 가짜 신발 침 발라서 닦던 애
난 90's kid. Big poppa thru the 이어폰
누나의 카세트에선 김건모

ㅡ이센스 Back in time 중에서


이센스는 왜 자기를 촌놈에 빡빡이라고 해도 멋있을까요(...) 약점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성공으로 연결합니다.(Swag) 누가 그랬습니다 가장 강한사람은 약점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자기소개서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실패경험을 묻는데에는 문제에 대한 반성과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를 보려는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아닐까요. 저같은 경우는 부모님과의 소통문제를 준비했는데요, 가족에 관련된 내용은 자칫 사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제가 커뮤니케이션 직종을 준비하고 있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모님과 감정표현이 서툰 탓에 서로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는데, 그 부분을 해결하고자 편지로도 이야기해보고 여러 방면으로 대화를 시도한 끝에 이해점을 찾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소통 에피소드는 앞으로 고객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불편하고 필요한게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믹스테잎 문화 _ 어필하라


나무위키에서 믹스테잎을 검색해보면

Mixtape. 의미가 굉장히 광범위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들고,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1. 좋아하는 곡들을 테이프나 CD에 녹음 또는 굽는 앨범.
  2. 이미 한 번 쓰인 유명 래퍼 비트에다 을 새로 얹어 그것들을 모아서 만든 앨범.
  3. 어떤 가수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전에 자기 홍보를 위해 만드는 앨범.
  4. 어떤 가수가 놀듯이 가볍게 만든 앨범.

으로 나와있습니다.


지금은 유명한, YG가 서포트하는 하이그라운드 의 비트메이커 코드쿤스트의 1집에 대해서 본인은 래퍼들에게 알려지려고(이후의 공동 작업을 위해) 만든 앨범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작업물, 생각이 무엇이든 공개하세요. 경험한 것들을 인터넷에 올리세요. 젊은 구글러 김태원이 말했듯이 지금은 폐쇄보다는 공개의 시대입니다.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현재 채용공고가 없는 회사라도 적극적으로 회사에 러브콜을 보내보세요!




5. 마무리하며 _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노래이고 영화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테이프를 점검해보고 앞으로 더욱 멋진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류시화님 시집에 수록된 시 한편으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감옥에서 쓴 시

( 류시화 - 사랑하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



참조

뇌가 반응하는 이야기 /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리사 크론 /

 http://creavity.tistory.com/46

이야기의 힘 /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 헐리우드 시나리오작가

 http://creavity.tistory.com/48

류시화 / 사랑하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http://creavity.tistory.com/49